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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을 겪고 남겨 놓는 기록

2023/05/05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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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을 겪고 남겨 놓는 기록

번아웃이 왔다.

2023년 4월은 나의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우울한 달이 아니었나 싶다.

살면서 이렇게 나에 대해 분석하게 된 날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내가 지금 왜 우울할까, 내가 왜 행복하지 않은가,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하는 걸까.

우선 나한테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 내가 하는 것에 대한 성과, 어느정도의 진척을 이뤘고 내가 팀에서 얼만큼의 기여를 했는지와 같은 것들이 중요했다. 근데 최근 내 업무 성과들이 나 스스로 너무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욕심이 많다 보니 이것저것 다 손을 뻗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들이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에 별로 좋지 않은 일들이 겹쳐왔었다. 모든 인연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지만 헤어짐은 늘 익숙지 않은 것 같다.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는 말은 하지만 내가 힘들고 슬픈 걸 거부하고 거스를 순 없었다.

그리고 외로웠다. 초, 중, 고 때는 학교 동창들이 곁에 있었고, 대학교 때도 손 뻗으면 닿는 주변에 늘 친구들이 있었다. 힘들 때 찾아와 주고 얘기를 나누었다. 카페를 같이 가고 하루를 같이 할 친구들이 있었다.

지금은 다들 현실이 바쁘기도 하고 일이 바쁘기도 하고 다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다들 어른이 되고 각자 취직하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어떨 땐 세상이 너무 각박해 보였다.

당근마켓 인턴을 할 때 퇴근하고 또 카페 가서 새벽까지 코딩하는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인턴이라는 무게에서 오는 압박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함께 같이 길을 걷는 친구가 옆에 있어서였다고도 생각했다.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나였지만, 업무가 잘 안 되고 체력이 떨어지고 안 좋은 일이 겹치면서 외롭긴 하지만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니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았나 보다.

회사 사람들은 정말 좋은 분들이다. 가끔 주말에도 사적으로 만나고 평소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 최근에 공과 사의 경계에 대해 생각했는데 공과 사는 명확하게 구분 지어져야 한다는 분들도 있다. 나는 사회생활이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경계를 엄청 명확하게 나누려고 하지 않았지만, 경계를 나누는 분들이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해가 가면서도 때론 이 세상 모두 행복해지자고 사는 건데 그렇게 경계를 엄격하게 나눠야 할까. 나와 맞는 사람이라면 사적으로도 친해지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겹치면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다. 그게 또 나에겐 각박함으로, 외로움으로 다가왔던 걸까.

그래도 조금 괜찮아진 걸까

5월 5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엔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

일단 인지했다. 내가 우울하구나, 힘들다고 하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최근 회사에서 해피니스 체크 비슷한 것을 하고 힘들다는 사실도 알렸다. 나와 같이 힘든 분들이 많았고, 업무가 행복하지 않은 분들도 많았다. 얘기를 하면서 치유되는 느낌도 있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최대한 하는 것들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미 하던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은 끝까지 하고 추가로 무언갈 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 많은 것들이 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았다.

최대한 노트북을 안 봤다. 사실 볼 힘이 없었다가 맞는 것 같지만, 주말에도 카페 가서 노트북 하는 게 거의 일상이었던 내가 주말에 그냥 그날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눴다. 내 상황에 대해서 얘기했고, 다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줬다. 그래도 내가 사람들을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고 감사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 나는 이렇다 할 취미가 많지는 않아서 취미가 무엇인지 딱 떠올리면 운동 정도가 떠오른다. 매주 풋살 모임도 있었지만, 최근 부상으로 나가진 못했고, 자전거도 열심히 탔고 헬스를 열심히 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을까, 밤에 혼자 우울한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확실히 번아웃을 겪고 나니 번아웃도 지나가는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끝은 있고, 나만 그런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절대 아니었다. 내가 인지를 잘못하고 있었던 것뿐이지 나 혼자인 것 같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체력이 넘쳐나는 시기에도 지치지 않는 것 같지만 지칠 수 있다는 인지를 하고 조절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식해서 거리를 두어야 하고 조절해야 한다.

아직 완벽히 번아웃을 해결하고 벗어난 것 같진 않다.

번아웃이 왔을 땐 내일을 계획하고, 미래를 상상하고, 다음을 기약할 힘조차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를 조금씩 하는 것을 보면 최악으로 힘든 시기는 지났구나 생각이 든다.

난 어디로 가는 걸까

다음을 기약할 힘이 생겨서 이때 또 엄청나게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고 싶진 않다. 최근 읽은 자기 개발 책에서 집중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글을 봤다. 나도 그에 공감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되, 현실에 충실하고 집중하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회사에는 입사했고, 내가 예전에 원하던 업무도 하고 있다. 지금은 예전에 상상하던 것처럼 재미있는 업무들만 가득한 세상은 아니지만 한 분야에서 많은 것들을 알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

다시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하려 한다. 우선 회사와 관련된 업무들에 집중하고, 이외에 경제적인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할 것이다. 나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지만 행복해지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주위에 깊게 공감한다. 투자에 관심은 많은데 공부는 안 해서 우선 어떤 종목이 나랑 잘 맞는지 공부하고 차근차근히 해 나가려 한다.

내가 행복한 순간과 우울한 순간들을 계속 탐구하려 한다. 누굴 만날 때 행복한지, 내가 어떤 업무를 할 때 행복한지, 내가 어떤 취미 활동을 할 때 행복한지. 그리고 내가 우울할 때 그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해결하고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그리고 무언갈 시작할 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럴 여력이 되는지 잘 판단하고 시작하려 한다.

행복해지자고

이 모든 건 내 행복을 위해 하는 일들이다. 나는 아직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기가 내 행복을 탐구하기에 아주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우린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말 정말 맞는 말이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잘 몰라서 헤매고 있는 것뿐. 하지만 이렇게 계속 탐구하고 기록하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모두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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